사설

추석 방역 실패하면 ‘위드 코로나’도 어려워진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은 4단계, 비수도권은 3단계인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10월3일까지 4주간 다시 연장된다. 4단계 지역의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에서 10시까지로 연장되고 백신 접종완료자는 사적모임 제한에서 제외되는 인센티브도 확대된다. 추석연휴를 포함한 1주일간은 접종완료자 4명을 포함해 8명까지 가정 내 가족모임이 허용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많은 국민이 두 번의 명절 동안 고향 방문을 자제해주셨는데 이번 추석까지 만남을 미뤄주십사 요청드리기는 죄송스럽다”고 했다.

정부의 고심이 읽히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아한 대목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불과 2주 만에 환원된 식당·카페 영업시간이다. 지난달 20일 정부는 이들 시설의 이용 마감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앞당기면서 “앞으로 2주간의 방역관리가 4차 유행 극복의 갈림길”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그때보다 뚜렷이 나아졌는지 의구심이 든다. 추석 가족모임 기준을 두고도, 시민들은 접종완료 확인방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백신 인센티브 확대에 시큰둥하다. 접종완료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야간에 외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자영업자의 고통과 시민의 방역 피로감을 모두 고려하다보니 어정쩡한 대책이 된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순 확진자 수가 2000~2300여명까지 증가하다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달부터는 일상과 좀 더 조화되는 방향으로 방역체계를 재편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유행상황이 안정적이라면”이란 희망 섞인 전제가 달렸다. 연휴를 앞두고 방역을 완화하면 이동량이 늘고 코로나19도 동반 확산한 경험을 수차례 하지 않았나. 물론 백신 접종 전인 지난해 추석, 올해 설과 접종완료율이 32.7%(3일 0시 현재)에 이르는 이번 추석은 상황이 다르다. 다만 지난 두 차례 명절 때 각각 두 자릿수, 세 자릿수이던 일일 확진자 수가 지금은 59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위드 코로나’는 결국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죄송스러워서” “더 이상 참기 힘들어서” 방역을 완화해선 안 된다.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역학·자기조직연구소 연구팀은 거리 두기 등 방역조치 완화는 백신 접종 속도에 맞춰야 하며, 방역조치를 너무 일찍 완화할 경우 시민이 얻을 이익도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안정적 백신 수급과 접종률 제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 방역 로드맵을 설계하고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방역조치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시민들이 방역 전환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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