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심 업고 승리한 윤석열, 수권능력·확장력 시험대 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내년 3월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된 뒤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내년 3월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된 뒤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뽑혔다. 1~4일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 50%씩 반영한 경선에서 47.85%를 얻어 홍준표 후보(41.50%)를 6.35%포인트 차로 눌렀다. 윤 후보는 36만3569명(63.89%)이 참여한 당원투표에서 57.77%를 받아 홍 후보(34.80%)에 압승을 거뒀고, 여론조사에선 48.21%를 점한 홍 후보에 밀려 37.94%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투표율을 보인 ‘당심’의 압도적 지지로 10.27%포인트나 밀린 ‘민심’을 뒤엎은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끝으로 27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감하고 6월29일 정치에 뛰어든 지 4개월 만에 제1 야당의 대선 후보 자리에 올라섰다.

윤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 분열과 분노의 정치, 부패와 약탈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의 싸움이자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며 경청·소통하고 법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내로남불’이 없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잇단 실언과 오도된 역사·노동관으로 공격받은 ‘윤석열의 정치’ 지향점을 상식·공정·법치·합리주의로 잡고, ‘정권 심판’을 대선 승부수로 띄웠다.

윤 후보로선 “처음 하는 일에 부족함도 많았다”고 했듯 채우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의 화학적 융합과 ‘원팀’ 구축부터 시급해졌다. 경선 패자들의 “깨끗한 승복”으로 부담은 덜었지만, 세대·남녀·지역별로 갈라진 당심을 치유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경선 막판 여론조사에서 ‘398 지지율(20대 3%, 30대 9%, 40대 8%)’을 받기도 한 2040세대의 거부감, 스스로 키운 호남과의 불화, 홍 후보에 밀려 37%대에 그친 차가운 민심도 그가 넘어야 할 벽이다.

국민의힘 경선은 실언과 ‘지식배틀’과 ‘이재명 공격’밖에 없었다는 혹평을 받았다. 비전과 정책은 뒷전이었다. 그 책임에서 윤 후보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 ‘주 120시간 노동’ ‘후쿠시마 원전은 방사능 누출 없다’ ‘손바닥 왕(王)자’와 ‘전두환 옹호’ 논란을 일으킨 것은 윤 후보였고, 부적절한 ‘개 사과’에서 보듯 위기 대처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는 자신이 지휘하던 검찰의 선거개입 문제가 불거진 ‘고발 사주’ 사건과 수사·재판을 받고 있는 부인·장모의 여러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약속한 경선 후 ‘광주 사과’ 방문에도 세간의 눈이 쏠릴 것이다. 윤 후보의 수권능력과 본선 확장력이 시험대에 섰다.

이제 125일의 대선 레이스는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정의당 심상정·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4번을 다는 다자구도로 출발한다. 벌써부터 유례없는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 여론이 높다. 대한민국의 미래 설계도가 보이지 않는 대선은 정치혐오와 무관심만 키울 뿐이다. 대선까지 4개월이 남았다. 지금부터라도 여야의 비전·정책 대결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