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태일 51주기, ‘노동 없는 대선’을 우려한다

전태일 열사 51주기(13일)를 추모하는 제1회 전태일문화거리축제가 열린 지난 11일 행사 참가자들이 서울 청계천변을 따라 각계각층 시민들이 참여해 전태일 관련 동판 4139개를 이어 조성한 ‘노동인권의 길’을 살펴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전태일 열사 51주기(13일)를 추모하는 제1회 전태일문화거리축제가 열린 지난 11일 행사 참가자들이 서울 청계천변을 따라 각계각층 시민들이 참여해 전태일 관련 동판 4139개를 이어 조성한 ‘노동인권의 길’을 살펴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안팎으로 파고가 거세지고 있는 노동현실 속에 전태일 열사 51주기(13일)를 맞는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노동법 사각지대로 몰리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취약 노동계층이 확산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최대 규모를 기록한 터다. 더욱 우울한 것은 대선이 11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노동 의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노동이 실종된 대선’이 되고 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노동 현안 홀대’의 대표적 사례가 ‘전태일 3법’의 현주소다. 지난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대대적으로 요구한 ‘전태일 3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노조 할 권리’를 허용하라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다. 한 달 만에 10만명의 국민동의청원까지 받을 만큼 시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한 법안들이다. 그러나 국회는 누더기 중대재해법을 제정했을 뿐, 나머지 2개 법안은 방치하고 있다. 선진국 중 어느 나라가 노동자 수가 적은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법의 보호 밖으로 밀어내는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야말로 코로나19 등 각종 외풍을 온몸으로 맞는 이들이다. 온기가 닿아야 한다면 바로 여기부터다.

노동자 개개인의 삶과 맞닿아 있는 노동 현안은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첫 번째 민생과제이다. 그러나 노동은 주요 의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2일 주 4일제 로드맵 및 노동자의 범위를 ‘일하는 사람’으로 확장하겠다는 ‘신노동법’ 비전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일자리 창출, 혁신과 규제혁파 등을 강조하며 기업들을 만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노동공약은 내놓지 않은 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아프리카 손발노동’이니, ‘주 120시간 노동’ 등 시대착오적 발언들을 쏟아냈을 뿐이다. 후보들은 이른 시간 내에 구체적 노동정책 공약을 내놓고 책임있게 평가받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급변과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노동시장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경제·산업·기술 전망과 교육·복지 정책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비전과 창의적인 노동 해법이 시급하다.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2000만 노동자들의 불안에 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청년 전태일의 51년 전 외침에 ‘모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하며 정당한 대우를 받는 사회’로 답할 방법을 찾아가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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