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를 위한 전환적 선택, 통합의 정신으로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설치된 2022 소원의 탑에서 시민이 새해 소망을 적은 메모지를 걸고 있다. 이석우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설치된 2022 소원의 탑에서 시민이 새해 소망을 적은 메모지를 걸고 있다. 이석우 기자

검은 범의 해 임인년이 시작됐다. 하지만 새해를 맞는 마음은 희망에 부풀기보다 걱정에 짓눌려 있다. 코로나19는 3년째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이로 인해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다. 4차 산업으로의 변화가 노동자의 일상과 삶을 급속도로 해체·재구성하는 가운데 이념과 세대 간, 젠더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 대한민국에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와 6월1일 제8회 동시지방선거를 잇따라 치른다. 선거는 사회의 모든 이슈를 놓고 시민의 판단을 묻는 과정이자 축제다. 시민들은 전환적 변화를 주도할 국가의 역할을 묻고 있다. 그러나 대전환을 가장 앞서 이끌어 나가야 할 정치권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은 방향으로 공동체를 견인하기는커녕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가뜩이나 유력 대선 후보들을 향한 시민들의 실망이 크다. 후보들은 당과 함께 사회 통합과 미래지향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선거에서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그 경쟁은 미래를 향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안보와 경제 문제가 뒤섞이면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식 대응도 어려워지고 있다. 남북관계도 새롭게 발전시켜야 한다. 세계 10위 경제국의 역량과 실사구시 정신을 바탕으로 국익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원칙과 유연성을 무리 없이 구사할 외교 역량이 절실하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의 외교 좌표를 재점검하고 내실있는 발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에는 반드시 일상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코로나가 위험한 이유는 약자의 목을 죄고 있어서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음식숙박업의 순이익이 900% 가까이 급감했다. 최저임금조차 벌지 못한 소상공인이 많다. 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축은 지원이라는 말조차 붙이기 민망하다. 임기를 다섯 달 남겨둔 문재인 정부와 차기 정부는 민생 보듬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부동산값 폭등에 이어 물가까지 크게 오르면서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고용 불안은 만성화하고, 공정한 기회를 요구하는 청년들의 절규는 응답받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선 플랫폼·특수고용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로 회원국 중 1위다. 고령 노동자들이 청년들과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상황은 최악이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회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4차 산업으로의 진화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도 차질없이 준비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처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인구절벽과 같은 장기 과제에 대한 대책도 착실하게 세워 실행해야 한다. 새 정치 리더십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이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여름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됐다. 회원국의 만장일치 결의에 따른 것으로, UNCTAD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선진국은 단순히 경제적 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의식과 문화 수준이 뒷받침돼야 완성된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K문화로 우리는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도자를 선택하는 안목도 한 단계 높아져야 한다. 미래지향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더 많이 사유하고, 더 뜨겁게 토론하고, 더 진지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열린 자세와 통합의 정신이 자리해야 한다. 호랑이처럼 부릅뜬 눈(虎視)으로 세상을 보고, 결심한 일은 반드시 실천하는 용맹한 자세로 전환의 시기를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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