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캠프 ‘무속인 활동’ 논란, 어물쩍 넘길 일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후보의 왼쪽 손바닥에 王(임금 왕) 자가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후보의 왼쪽 손바닥에 王(임금 왕) 자가 보인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 무속인이 합류 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17일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모씨가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으며, 윤석열 대선 후보의 메시지·일정·선거기구 인사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전씨가 고문으로 일한 적이 없고 캠프에 몇 번 출입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윤 후보도 “당 관계자한테 소개를 받아 인사한 적이 있는데 스님으로 알고 있고 법사라고 들었다”며 “무속인이냐”고 반문했다. 전씨가 선대본부에서 활동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참 황당한 얘기”라며 부인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18일 논란이 된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전격 해산했다.

세계일보의 보도와 정황에 따르면 전씨는 ‘일광조계종 총무원장’의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하고 있지만 불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신점과 굿 등 무속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를 부인하자 세계일보는 전씨가 선대본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동영상까지 추가 공개했다. 여기에는 지난 1일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에서 전씨가 윤 후보의 등을 툭툭 치며 다른 사람들을 소개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전씨의 위상이 간단치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더구나 전씨의 딸과 처남 역시 선대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도 이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윤 후보 주변에 무속인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당내 경선 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손바닥에 ‘왕(王)자’가 적힌 모습이 드러나 무속 논란이 일었다. 유승민 후보는 당시 ‘천공스승’ 등 역술무속인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만난 적이 있는지 물었고, 윤 후보는 김건희씨와 함께 그를 몇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서도 김씨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며 “도사들과 같이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쯤되면 윤 후보와 배우자 주변에 무속인이 있다는 것은 의혹 수준이 아니다. 합리적 추론이다.

무속인의 선거 개입은 문명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내외 상황이 엄중한데 국가 현안을 비상식적·비과학적인 접근에 내맡길 수는 없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무속인 활동을 실체가 없는 주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문제가 된 조직을 없애는 일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대선 후보 검증 차원에서 사실 관계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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