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직 앵커들의 대선캠프 직행, 언론 신뢰도는 안중에 없나

JTBC 아침뉴스 앵커를 맡았던 이정헌 전 기자,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을 진행했던 안귀령 전 앵커가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했다. 이 전 기자와 안 전 앵커는 공보단 대변인으로 일하면서 각각 선대위 미디어센터장과 부센터장을 맡는다. 두 사람은 지난 7일까지 앵커석에 앉아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10일쯤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권력견제와 비판에 힘써야 할 현직 언론인들이 사직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유력 대선 후보의 입으로 변신하다니, 직업윤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이 뉴스에서 했던 발언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물론 언론계 전체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이 전 기자는 “깨어 있는 시민과 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우리 인생이 좀 더 아름다워지고 우리 역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 본연의 역할은 권력감시에 있지 참여에 있지 않다. 그는 ‘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의 정치참여’를 주장했는데, 바른 정신을 가진 언론인이라면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없이 캠프로 직행하진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JTBC 노조는 성명에서 “이 기자가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지역구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캠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고 했다. 안 전 앵커는 “비정규직 신분의 앵커로 높은 현실의 벽에 충동적으로 사표를 던진 뒤 당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이 안 전 앵커의 행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가 YTN 앵커로 쌓은 인지도에 힘입어 대선캠프에 입성한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여권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야당 시절 보수정권의 언론인 영입을 ‘권·언유착’ ‘언론윤리 위반’이라며 비판하더니, 집권 후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의원,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강민석 전 중앙일보 기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도한 전 MBC 기자를 비롯해 여권에 참여한 언론인 수는 보수정권 시절 못지않다. 이러니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언론이 자신들만 탓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더니 뒤에선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를 접촉해 캠프에 합류시킨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행위인지 자문해보라”는 YTN 노조의 비판을 민주당은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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