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짙어진 ‘50억 클럽’ 의혹, 검찰은 덮을 생각 마라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상도 전 의원 등 이른바 ‘50억 클럽’ 6인에게 50억원씩 제공하려 계획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씨가 김씨와 만나 녹음한 대화 녹취록을 통해서다. 이런 자료를 갖고도 검찰이 로비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다. 검찰은 신속하게 모든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

한국일보가 입수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3월 “50개(50억원)가 몇 개냐, 쳐(계산해)볼게”라며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 전 대법관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나온다. 김씨가 “그러면 얼마야?”라고 묻자 정씨는 “300(억원)”이라고 답했다. 같은 해 4월 대화를 보면, 김씨는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금품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김씨는 곽 전 의원 아들과 대화한 내용을 정씨에게 전하기도 했다. 김씨가 ‘아버지가 뭘 달라느냐’고 묻자 곽 전 의원 아들이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라고 했으며, 이에 김씨가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 줘야지’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곽 전 의원 측은 “녹취록 중 곽 전 의원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의 50억 클럽 수사는 진척된 바가 거의 없다. 검찰은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려 하자 곽 전 의원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이를 막아주고, 그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박 전 특검·권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앞서 정씨 녹취록은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주요 피의자들을 기소하는 데 핵심 근거로 쓰였다. 그런데 같은 녹취록에 있는 ‘50억 클럽’ 수사는 지지부진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50억 클럽 멤버 중 홍 회장을 제외한 5인이 법조계 고위직 출신인 만큼 ‘제 식구 감싸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장동 의혹의 두 갈래는 특혜와 로비다. 특혜를 줬다는 이유로 민간업자들이 줄줄이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데, 로비와 관련해선 단 한 명도 처벌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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