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대위 출범하는 민주당, 처절한 자기반성 절실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인선을 13일 발표했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함께 공동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박 위원장은 대선 막판 민주당이 청년여성의 표심을 견인하는 데 중심축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대위에는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와 권지웅 전 선대위 청년선대위원장, 조응천·이소영 의원, 배재정·채이배 전 의원도 합류했다. 전체 8명 중 4명이 20~30대이고 3명이 여성이다. 당 지도부 구성에 세대·성별 다양성을 반영함으로써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점을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당의 얼굴로 세워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구상에는 여전히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윤 위원장은 2020년 4월 총선 당시 총선기획단장, 선대위 대책본부장으로 기형적 위성정당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송영길 전 대표와 함께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자다. 과거 대선이나 총선에서 진 정당들을 보면,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동시에 물러나고 후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대체적 관례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0.73%포인트 차의 석패를 두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위안하고 있다. 착시현상에 사로잡힌 탓으로 본다. 2030세대 여성들이 대선 막판에 이재명 후보로 결집한 것은 갑자기 민주당이 좋아져서가 아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주도한 여성 배제·혐오성 캠페인에 대한 분노, 그리고 실존적 공포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선거에 기여한 당원들을 상대로 포상을 추진하는가 하면, 성범죄로 징역형이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상에 일부 의원들이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주요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의 태도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이런 행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47.83%의 시민 중 상당수가 머지않아 차갑게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주권자들은 민주당이 처절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새롭게 태어날지, 아니면 시늉만 하고 말지 지켜보고 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등 청년 비대위원들은 특정 계파·86세대 중심으로 굳어진 민주당의 체질을 타파하고 혁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공룡처럼 비대해진 거대 야당의 운명은 이제 젊은 비대위원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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