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유의 신구 권력 갈등, 문·윤은 조속히 만나 풀어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신구 권력 간 전례 없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청와대가 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도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압박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 등으로 나라 안팎이 어지럽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조속히 만나 갈등을 풀고 정국을 수습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취임하는 5월10일부터 청와대를 개방하고 용산에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탈피하는 상징적 조치라 여겨서일 것이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국방부·합참·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갑작스러운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국방부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각 기관의 연쇄 이동에 최소 4주가량 필요하며 “정권교체기의 안보 여건, 연합훈련 일정 등을 고려한 대비태세 여건 보장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직 장성들은 물론 보수진영 일각,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안보 공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101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1%가 ‘현 청와대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집무실 용산 이전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3.1%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6명가량이 반대하는 이전 작업을 당장 서둘러야 할 까닭이 뭔가.

윤 당선인 측에선 5월10일 용산 출근이 어려울 경우 현재의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을 향한 감정적 대응으로 비칠 수 있다. 경호·보안 측면에서도 비현실적이다. 이제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도 안보 공백을 야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당선인 측과 적극적 협의에 나서야 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게 집무실 이전에 관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검토할 만하다.

갈등 해결의 출발점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될 것이다. 양측 이견이 크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국가의 미래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은 안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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