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구 최고권력 충돌과 검찰개혁 퇴행, 시민은 안중에 없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에 대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두고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인사 문제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쌓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전면에 나서 서로를 직접 겨누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고 권력자들의 충돌에 국민들이 가질 불안과 조바심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 나누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합니까”라며 회담식 회동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윤 당선인이 직접 상황 판단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당선인 쪽에 불통이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에 맞서 윤 당선인은 인사 갈등을 부동산 매수인과 매도인에 비유했는데 이 역시 부적절하다. 신구 권력이 정권을 이양하고 인사를 조율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부동산 거래로 치부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며 윤 당선인의 요구를 ‘상식’으로 매김했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사이에 뼈 있는 말들이 오가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인수위에서는 법무부 업무보고를 돌연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직접수사 확대와 예산편성권 부여,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했다. 박범계 법무장관이 전날 “검찰의 문민 통제가 필요하다”며 윤 당선인 공약에 반대한 게 인수위 파행의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검찰권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새 정부 방향에는 ‘검찰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시민사회 우려도 크다. 당선인 공약에 반대한다고 해서 업무보고를 전격 취소한 것은 군기잡기로 비칠 수 있다. 검찰개혁 대의가 형해화하지 않도록 여야 간 합리적 조율이 이뤄지기 바란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선 후 15일이 지나도록 상견례조차 하지 못했다. 여야 간 정권 교체가 이뤄진 1997년과 2007년 겨울, 신구 권력이 이렇게 충돌하지는 않았다. 이번 대선의 0.73%포인트 차 승부는 여야가 서로 협치를 하라는 엄중한 주문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날 코로나19 하루 사망자가 470명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북한이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긴급하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 국내외적으로 중요 현안이 쌓이는데 신구 권력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돌진한다면 시민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신구 권력이 냉정을 되찾아 더 이상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극단적 충돌에서 승자는 없다. 차기 권력이라고 해서 5월10일이 되면 무조건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이면 172석 야당과의 협치도 험로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조속히 직접 만나 순조롭게 정권 이양이 되도록 대화의 물꼬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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