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식·공정’ 반하는 정호영 사태, 윤 당선인 결자해지해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을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다.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던 2016년 편입 전형을 통과했고, 아들은 이듬해 정 후보자가 병원장일 때 특별전형에 합격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 후보자는 15일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대 교수라고 서울대에 자녀를 못 보내나” “아빠가 졸업한 학교에 가고 싶었겠죠”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성실하게 소명하기는커녕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유감스럽다.

정 후보자는 자신이 시험관도 아니었으며, 블라인드 방식으로 선발한 만큼 특혜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정 후보자가 전형 과정에 개입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두 자녀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아들은 경북대 전자공학부 재학 중 두 편의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들은 의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놀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썼지만 논문 공동저자는 “아이디어는 연구실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학부 재학 중 대학 내 연구센터에서 주당 40시간 근무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19학점 수업을 수강하던 시기였다. 일주일에 19시간 수업을 들으며 40시간씩 연구 활동을 병행하는 일이 가능한가. 15일엔 병역 의혹도 제기됐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 아들은 2010년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5년 뒤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변경됐는데, 재검을 위한 병무진단서를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받았다고 한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국회에서 검증의 시간이 이뤄질 때까지 잘 지켜볼 생각”이라며 “무리한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는 차원에서 경북대 측에 철저한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보·보수를 불문하고 모든 언론이 정 후보자 의혹을 보도하고 있음에도 ‘무리한 프레임’ 씌우기로 몰아붙이는 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정 후보자가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이유로 검증에 소홀했던 것 아닌지 반성해야 마땅하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관련 수사를 주도하며 ‘상식·공정’ 이미지를 구축하고 대통령까지 당선됐다. 의혹의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잣대가 달라질 순 없다. 정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윤 당선인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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