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성장 대책 강조한 한은 총재 후보자, 불평등도 주목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물가안정이 이뤄지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로 조정하고, 가계부채 연착륙 등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팬데믹 이후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을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총재 후보자가 물가와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책무를 언급한 것은 당연하다. 저성장 대책까지 강조한 이유는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뜻일 게다. 다만 독립적 통화정책을 펴야 할 한은이 차기 정부의 성장 담론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날 발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다. 지난 1월 전망치에 비해 0.5%포인트 낮췄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9%포인트 상향한 4.0%로 전망했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고물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은 아니라 해도 점차 다가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를 지우기 어렵다. 8년 만에 교체되는 한은 총재에게 지워진 짐은 무겁다. 전임 이주열 총재가 이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함께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켜 장기 저성장을 초래한다”고 봤다.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불평등이 심화하는 구조적 현실을 진단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따라야 한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 외에 불평등, 고용불안 등과도 싸워야 한다. 금리를 조정할 때 물가, 금융, 성장, 불평등, 일자리 등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 중 불평등과 고용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실제 해외 중앙은행들은 최근 물가·금융 안정 이외에 완전고용과 불평등 완화 같은 책무를 추가하고 있다.

한은에는 ‘한은사(韓銀寺)’ ‘갈라파고스 섬’ ‘수재의 무덤’ 등 달갑잖은 별칭이 따라다닌다. 시장과 소통이 부족하고 그만큼 폐쇄적이라는 비판이다. 2년 전 실시한 조직 컨설팅에서는 조직건강도가 100점 만점에 38점이었다고 한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렸지만 최근 젊은 직원들의 이직도 잇따르고 있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책무와 조직 등을 규정한 한국은행법을 개정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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