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합의 지키고, 문제점은 입법 과정에서 보완해야

여야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한 지 이틀 만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재논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서 “검수완박 논의가 의원총회를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내일(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안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가 극한 충돌을 가까스로 피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합의를 뒤집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부적절하다. 합의 당사자 가운데 어느 쪽이든 합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을 해선 안 된다.

이 대표의 ‘여야 합의안 재검토’ 발언은 보수 지지층과 검찰 반발에 따른 것으로 본다. 지난 22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 뒤 잠잠하던 국민의힘 측 반발은 주말을 거치며 커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24일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은 이해 상충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합의안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의원총회에서 추인한 사안을, 일부 반발을 이유로 뒤집는다는 건 정치도의에 어긋난다. 국민의힘이 재협상을 공식 요구한다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정국은 급랭할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강행 처리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배현진 대변인은 검수완박 합의안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지켜보고 있다. 취임 이후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이 대표 등이 합의 뒤집기를 시도할 경우 윤 당선인은 보다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뤄낸 만큼, 후속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문제점은 입법 과정에서 보완하면 된다. 특히 범죄 피해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바란다. 우선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합의안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면서도 ‘단일성’ ‘동일성’ 등 까다로운 제약을 뒀는데 ‘별건수사’를 못하게 하려다 ‘여죄 수사’까지 막을 우려가 있어서다. 또한 공룡 경찰의 비대한 권한을 통제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며, 시민의 감시를 강화할 장치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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