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권성동과 김현숙의 궤변 릴레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이 지난 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인구가족부를 신설한다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엔 여가부를 없애고 청소년·가족 관련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내용만 담았다. 정부조직법 41조 ‘여성가족부 장관의 업무’를 삭제해 여성 관련 정책을 ‘증발’시킨 것이다. 부칙에 이 업무를 법무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넘긴다고 달아놓았을 뿐이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법안은 당론이나 마찬가지인데, 이토록 허술하고 무성의할 수가 있나.

권 원내대표가 발의한 개정안 제안 이유에는 지극히 주관적인 사례가 등장한다. 그동안 사회가 달라졌다며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 부처 기능을 대학의 학생조직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개정안은 또 ‘여성·남성이라는 집합적 구분과 기계적 평등으로는 개개인이 직면한 범죄 및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처럼 디지털성범죄가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고,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 다수는 여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했지만, 새 대통령실의 실장·수석급에 여성이 ‘제로’이고 15개 부처 차관급 20명 중에서도 여성은 ‘제로’다. 이래도 성평등 문제를 개개인 차원으로 환원할 텐가. 과거 권력형 성범죄 사건 당시 여가부 장관이 잘못된 발언을 한 것까지 폐지 이유로 든 걸 보면 어이가 없다. 특정 부처 장관이 실언했다고 그 부처를 폐지하자고 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여가부를 없애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국회에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을 요청한 것은 11일 청문회에서 나온 비판처럼 ‘코미디’라 할 만하다. 김 후보자는 “여가부 폐지는 동의한다”면서도, ‘시한부 장관’이라는 평가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권 원내대표 발의안대로라면 여가부는 공중분해되고 대체 부처도 신설되지 않는데, 어느 부처 장관을 계속하겠다는 건가. 정부 부처의 존폐를 오로지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졸속 결정해선 안 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안티 페미니스트’ 남성들의 이탈이 두려운 모양이나, 젠더 갈라치기에 다시 속아넘어갈 주권자는 없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