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불거진 김건희 여사 ‘사적 수행’, 비선 국정농단 잊었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국왕 내외 주최 만찬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 당시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배우자 신모씨가 김건희 여사를 사적으로 지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민간인이 공무를 돕고 대통령전용기에도 탔다니 대통령실 업무체계와 기강이 뿌리째 흔들렸다. 유독 김 여사 주변에서 공사를 구분짓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돼 우려스럽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답사단-선발대-본대의 활동 순으로 진행된다. 신씨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답사단과 선발대로 가서 대통령 부부의 현지 일정·숙소·동선을 점검하고, 김 여사 행사를 기획·지원했다.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만나거나 사적으로 보내는 일정·장소는 1급 보안 사항이다. 신씨는 숙소를 지원받고, 귀국 때는 보안·경호 문제로 탑승자가 엄격히 제한되는 공군1호기를 타고 왔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수행이 아니라 기타수행원 자격으로 무보수 자원봉사를 했다”고 밝혔다. 영어를 잘하고 해외 행사 경험이 많아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 일정을 따라다닌 것과 현지 행사를 도운 것을 애써 구분지으며 수행이 아니라고 강변하는데 참으로 옹색하다. 경험이 풍부한 대통령실·외교부 직원들을 제쳐두고 굳이 민간인에게 공무를 맡긴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인 신씨 부친은 윤 대통령과 오랜 지인이다. 2013년 검사이던 이 비서관과 신씨의 결혼을 주선한 사람도 윤 대통령이라고 한다. 김 여사도 오래 알고 지낸 신씨는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인사비서관 배우자로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공식 채용과 보수 지급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순방 행사는) 대통령 부부 의중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사적 인연으로 대통령실 청사와 전용기도 드나들고 해외 순방도 돕던 또 한명의 ‘비선’이 드러난 셈이다.

김 여사는 지난달 13일 김해 봉하마을의 권양숙 여사 자택 방문 때 대학교수와 개인회사(코바나컨텐츠) 직원이 동행해 물의를 빚었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 당시 비선으로 국정을 농단해 대통령 탄핵까지 부른 ‘최순실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못하는 게 권력 주변 비선의 폐해다. 논란을 반복하는 김 여사는 공인으로서 처신을 돌아봐야 한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번 일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신씨의 역할과 지출경비를 명확히 밝히고 사적으로 대통령 부부를 보좌한 또 다른 사람이 없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차제에 대외활동을 늘리고 있는 김 여사의 업무 보좌도 공식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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