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가능하다던 영국의 40도, 유럽의 폭염사태가 말하는 것

세상이 녹아내리고 있다. 여기저기서 더워서 죽는 사람이 생겨난다. 활주로와 선로가 뒤틀려 공항을 잠정 폐쇄하거나 기차 운행을 취소하기도 한다. 고압 전력선이 아래로 처지며 화재가 발생한다. 재난 영화의 장면이 아니다. 지금 서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염 얘기다.

가장 극적인 곳은 영국이다. 지난 19일 오후 런던 인근의 히스로 지역 최고기온이 40.2도를 기록했다. 영국 기상청 관계자는 “영국의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왔는데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이런 극단적 기온을 가능케 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에어컨 설치 가구가 전체의 5%도 되지 않아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폭염은 저임금 노동자, 장애인, 노약자 등에게 더 가혹하다. 하지만 영국 정부로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에어컨 설치를 장려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후 전문가 프레드리케 오토는 BBC 방송에 “몇십년 뒤에는 이 정도면 상당히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은가.

프랑스에서는 지난주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했지만 원자력발전소 출력을 강제로 줄였다. 에너지당국은 지난 15일 론강 주변에 지어진 원전 2대를 감발 운전했다. 원자로 냉각수로 쓰이는 강물 온도가 폭염으로 인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도 유럽의 폭염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다. 기상학적으로 폭염은 고기압대 정체로 특정 지역이 계속 가열돼 가마솥처럼 달아오르는 열돔현상으로 설명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열돔현상이 더 자주, 더 심하게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더 강해지고 잦아지는 가뭄, 산불, 홍수와 마찬가지다.

너무 많이 들은 얘기인가. 그렇다면 지금 모습은, 당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누군가 ‘불이야’ 하고 외쳤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 상황과 비슷하다. 옆집에서 불이 번지고 있는데, 우리는 하던 대로 계속 먹고, 자고, 일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력원에서 원전 비중을 더 늘려 원할 때마다 에어컨을 더 시원하게 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식의 접근을 버려야 한다. 석탄발전소 비중을 더 줄여야 한다. 시민들은 고에너지 소비 구조를 이끌어가는 기업과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녹아내리는 지구에서 사라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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