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학연령 1세 하향, 방향은 맞으나 졸속 추진 안 된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이르면 2025년부터 만 6세 기준인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유아 단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학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만 6세 취학은 1949년 미 군정기에 이뤄진 결정이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달라지고 공교육 환경이 70여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만큼 연령 기준을 1년 낮추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만 4~5세에 한글을 떼고 간단한 연산을 할 정도로 아동의 지적 발달 수준도 높아졌다. 취학 연령이 1년 당겨지면 고교·대학 입학과 졸업 시기가 당겨져 사회 입직도 그만큼 빨라지고 결혼 연령도 낮추는 부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와 학계에서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 부총리가 이 정책을 얼마나 심도 있게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당초 이 정책은 대선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다. 유아·초등 교육을 담당하는 전국 교육감들과도 제대로 된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 사안은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 난제 중의 하나인 교육·보육 통합과 맞물려 있다. 전국 사설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고, 초등교원 양성 체제를 개편해야 하며, 유치원·초등학교 교육과정도 손질해야 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대상자들이 훗날 대학입시를 치를 때 수험생 증가·감소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 사안은 시한을 못박아 속도전을 펼칠 일도 아니다. 학제는 말 그대로 백년대계다. 한번 개편하면 쉽게 바꿀 수 없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박 부총리는 이르면 3년 뒤부터 5세 입학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고, 윤 대통령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교육 정책은 정부 발표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여론을 수렴하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 과정도 없이 교육수장에 임명된 박 부총리는 음주 운전과 자녀 불법 입시 컨설팅 의혹 등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나 있다. 당장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은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도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취학연령 하향은 사회적 합의부터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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