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소속 법사위원장조차 “귀를 의심케 한” 감사원장 발언

최재해 감사원장이 감사원의 역할을 두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최 원장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조차 “귀를 의심케 한다”고 할 만큼 충격적 발언이다. 감사원에서 잔뼈가 굵은 감사원장이 기관의 존립 근거인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부정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는 기관이다. 불편부당한 직무수행을 통해 국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지키라는 취지다. 원장을 임명할 때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임기를 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 원장은 “감사를 통해 정부가 잘되고, 그 정부가 잘됨으로써 국가가 잘되고 국민이 잘살게 되는 역할을 하는 게 감사”라고 말했다. 헌법에도 감사원법에도 근거가 없는 위험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감사원 감사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믿음을 주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감사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에 착수해 ‘표적감사’ 의혹을 받는 터다. 두 기관 모두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여권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는 곳이다. 앞서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 감사에 들어간 데 이어, 독립적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에도 착수했다. 최 원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감사도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감사원은 논란이 커지자 자료를 내고 “최 원장 발언 취지는, 감사원이 대한민국의 발전과 행정부의 국정운영을 살펴 국민의 행복과 국가발전을 위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최 원장은 모호한 해명 뒤에 숨지 말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 전임 최재형 원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고 정치권으로 직행하며 감사원의 독립적 위상에 타격을 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후임자마저 감사원의 공적 신뢰를 깎아내리는 것은 감사원은 물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