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원의 문 정부 ‘신재생·백신’ 점검, 정치감사 안 된다

감사원이 23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하반기 감사 운용계획을 확정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추진 실태를 점검해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감사원이 지난해 3월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각종 계획 수립 실태 감사’를 실시,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 결론을 뒤집은 셈이다. 감사원은 또 코로나19 백신 및 마스크 수급의 적절성 여부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감사원이 전 정부 때리기에 앞장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이날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사가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또다시 물고 늘어지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된 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동일시하면서 이 때문에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빚어졌다고 줄기차게 공격해왔다. 겉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감사를 표방하지만 실제론 탈원전 정책을 뒤질 것이라는 의심이 합리적이다. 최근 감사원의 행태를 봐도 이런 의심은 자연스럽다. 전 정부가 임명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해 집요하게 감사를 벌이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들과 감사원의 유병호 사무총장이 밀착해 감사권을 휘두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에도 정권이 바뀐 후 감사원이 전 정권의 정책을 감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나선 적은 없다. 감사원이 정권의 전위대로 전락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그제 국회 답변에서 유 사무총장에 대한 특별감찰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유 사무총장의 독주에 내부 간부들이 반발해 그의 비위를 고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 사무총장이 최 원장을 제쳐놓고 감사를 추진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안팎으로 추상같은 공직기강을 유지해야 할 감사원이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적이 없다.

감사원의 제1의 덕목은 독립성과 중립성이다. 비록 대통령 직속 기구로 돼 있지만, 정권의 입맛대로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백신 수급에 대한 감사가 화급한 사안인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정치감사’라는 말은 절대 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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