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풍자만화’ 고교생 수상 경위 조사한다니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만화에 상을 주고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또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한편, 향후 후원 중지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했다. 2010년 이명박(MB) 정권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를 수사했던 사안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MB 정권 인사들이 윤석열 정권의 요직을 다시 꿰차더니, 이제는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행태까지 되풀이하는가.

논란이 된 작품은 경기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고등부 카툰 부문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이다. 카툰에는 윤 대통령 얼굴을 한 열차가 내달리자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열차 기관사로, 법복을 입고 칼을 든 검사들이 객차 승객으로 그려져 있다.

문체부는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고 밝혔다. 어처구니가 없다.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면 정치적 주제는 언급하면 안 되는 것인가. 또한 작품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는 가능할지 모르나, 지난해 논란이 됐던 김건희 여사 벽화처럼 성희롱적 요소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문체부의 강경 대응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태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관련 질의에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와 광복절 경축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자유’의 범위에 표현의 자유는 포함되지 않는지 묻고 싶다. 고교생의 풍자만화조차 웃음으로 넘기지 못하는 정권의 행태는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문체부는 과잉충성을 멈추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수상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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