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례없는 북한의 연쇄 도발, 9·19 군사합의는 지켜가야

북한 전술핵운용부대가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 지도 하에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시험 발사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전술핵운용부대가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 지도 하에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시험 발사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던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북한이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동시다발 무력시위를 벌였다. 14일 오후에도 북한은 동·서해에서 포병 사격 도발을 이어갔다. 전날 남측의 포 사격 훈련에 대응한 것이라고 했지만, 과도한 긴장고조 행동이다. 연평도에 북한 포탄이 떨어졌던 2010년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은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도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북한은 13일 심야 군용기 10여대의 위협 비행을 시작으로 14일 동해상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동·서해상 포병 사격을 잇따라 실시했다. 특히 14일 새벽과 오후의 포병 사격은 2018년 ‘9·19 군사분야 남북 합의서’에 따른 해상완충구역 내에서 이뤄져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합참이 밝혔다. 북한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자신들의 행동이 남측 군이 10시간 동안 벌인 “도발적인” 포 사격에 대응한 조치였다고 했다. 합참은 북한이 문제 삼은 훈련은 군사합의의 지상완충구역 밖인 철원 사격장에서 주한미군의 다연장 로켓 발사시스템을 동원해 실시한 정당한 훈련이었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이후 여러 차례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을 고조시켰고, 그 기세를 늦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전선지역 내 긴장을 유발하는 남측의 군사활동”에 추가 행동을 예고했다. 정부는 이날 대북 추가제재를 발표하는 한편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오는 17~28일 ‘호국훈련’을 통해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쯤 되면 남북 양측이 포탄을 주고받았던 2010년 연평도 사건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사합의가 유지될 것이냐, 파기될 것이냐는 북한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마당에 군사합의는 남측의 무장해제와 다름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와 핵협상으로 해결할 사안이다. 남북 군사합의는 높은 긴장 속에서 언제든 재래식 무기에 의한 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 군사적으로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북한에 합의 준수를 계속 요구하는 것이 정도이다.

현 상황을 냉전적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시도도 경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리적 도발엔 반드시 정치공세와 대남 적화통일을 위한 사회적 심리공세가 따르게 돼 있기에 국민들이 일치된 마음으로 확고한 대적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적 행동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가 최고지도자가 ‘적화통일’ 같은 자극적 표현까지 사용하는 것은 시민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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