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위 “여가부 없애면 성평등 후퇴”, 국회는 경청하길

국가인권위원회가 14일 여성가족부를 없애면 성평등 정책 후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여당의 여가부 폐지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인권위는 상임위원회를 열어 “여가부 폐지는 여성인권 및 성평등 정책 후퇴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기로 의결했다. 나아가 ‘성평등부’ 형태의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하기로 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 의견을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국가기관이 ‘우려’ 입장을 공식화한 만큼 정부와 국회는 무겁게 새겨야 한다.

인권위 판단은 명확하다. 여가부의 기능과 업무가 정부안대로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산하로 쪼개져 이관되면 컨트롤타워가 사라져 성평등 정책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가부 업무는 이관되는 부처의 고유 업무에 후순위로 밀리거나, 전문성 부재로 인해 유명무실화할 우려도 크다고 봤다. 따라서 일관된 원칙으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려면 성평등부 등 전담부처가 중심이 돼 노동·복지·환경·교육 등 타 부처와 유기적으로 연계·조율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 의견의 요체다. 각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퇴행을 우려한 목소리와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민의힘은 귀를 닫은 채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각계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고 했지만,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최근 여성계 간담회에는 부처 폐지 반대 단체들은 초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가 여성과 약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논리’로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 세계 194개국이 성평등 전담기구를 설치했고 이 중 160개국에선 독립 부처로 운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시대 흐름에도, 국제사회 조류에도 역행하는 여가부 폐지안을 철회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여가부 폐지 방침을 고수한다면,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중심이 돼 국회에서 저지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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