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 리스크에 묻힌 이재명 대표 100일, 새 길 필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라고 비판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흔들림 없이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그를 겨누는 ‘검찰 수사’도 화두가 됐을 기자회견은 하지 않았다. 그 회견을 생략하고 미룰 정도로 이 대표로선 뒤숭숭한 100일이었다.

대선 패배 3개월 만이었다. 이 대표는 8·2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77.77%의 역대 최고득표율로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여야가 실패·실수만 기다리는 ‘반사이익 정치’를 끊고 ‘잘하기 경쟁’을 하자고 했다. 민생을 앞세워 전국 현장회의를 이어갔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도 제의했다. 그러나 취임 4일 만에 그는 검찰의 ‘선거법 위반 소환’ 통보를 마주했다. 대표 취임 후에만 각종 수사로 53건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최측근 정진상·김용이 구속기소된 대장동 수사·재판도 앞두고 있다. “빠른 시간에 만나자”고 한 윤 대통령 말은 지금껏 함흥차사다. 여당은 장관 문책이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입법·예산 대치마다 “이재명 방탄”이라고 벽을 쳤다. 이 대표의 100일은 여야가 손뼉 한 번 제대로 마주친 적 없이 정치가 실종된 시간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도 ‘민생제일주의’에 힘줬다. “민생경제·안전·민주주의·평화 모두 위기에 처했다”며 국민께서 민주당에 맡긴 권한은 주저 없이 행사하겠다고 했다. 100일 전에도, “유능하고 강한 야당이 되겠다”며 했던 말이다. 지금은 그 약속에 스스로 몇점을 줄지 묻게 된다. 민생 외침이 검찰 수사로 가려졌지만, 이 대표는 국민 앞에 제대로 된 수권야당의 길은 제시하지 못했다. 정치개혁·여성·노동·차별·기후위기 의제에 머뭇거리고, 강성 팬덤에 휘둘리지 않는 당내 민주주의도 갈 길이 멀다. 대통령·여당의 숱한 실정 속에서 30%대 초반에서 횡보하는 민주당 지지율이 현재의 성적표일 듯싶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기로에 섰다. 정부 잘못엔 추상같고 민생의 답을 보여주는 야당으로 다시 서야 한다. 그가 약속한 ‘뉴민주당’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 문책과 예산·세금, 화물연대 안전운임제·노란봉투법·방송법 등이 뒤엉킨 정기국회에서 첫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재판엔 보다 당당히 임하고, 사실에 입각해 제때 국민과 소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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