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별 임금 격차 26년째 OECD 1위, 언제까지 이럴 건가

삼성그룹 최초로 총수 일가가 아닌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5일 이영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앞서 LG그룹도 지난달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을 사장급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잇따라 여성 CEO가 등장한 것은 재계의 유리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청신호다. 그러나 이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보면 일터 내 성평등은 아직 멀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2021년 기준 성별 임금 격차’ 조사에서 한국은 26년째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 남녀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 격차는 31.1%로 39개국 중 최대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국 중 30%를 넘긴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에서는 남녀가 주로 종사하는 직무가 다른 만큼 임금 격차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같은 직무·직종 내에서도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크다는 별개 조사 결과들도 존재한다. 또한 남성이 고임금·정규직 노동에, 여성이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에 상대적으로 많이 종사한다면 이를 당연시하기보다 구조적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성별 임금 격차의 주된 요인으로 ‘근속연수’를 꼽는다.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에선 직장에 오래 다녀야 임금이 오른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로 30대 중·후반에 뚝 떨어지는 ‘M자’ 곡선을 보인다. 20대 중·후반부터 40대 중·후반까지 상승하는 남성 고용률과 대조적이다.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은 직장에 복귀한다 해도 고위직에 오르는 일이 쉽지 않다. 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일하는 여성의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로 ‘육아가 모두의 문제’임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기업 내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는 일도 절실하다. 유럽연합(EU)은 2026년 6월부터 상장기업의 여성 상임·비상임이사 비율을 각각 33%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블랙록 등 세계 유명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대상 기업에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주문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이사회의 여성 대표성에 주목하는 것은 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해선 다양성이 필수라는 인식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여성 CEO·임원 승진 소식이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날을 앞당기려면 민관 가리지 않고 적극적 개선 노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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