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색깔론에 과거 흠집내기 바쁜 여 전대, 국민이 왜 봐야 하나

국민의힘의 3·8 전당대회가 볼썽사나운 인신공격으로만 치닫고 있다. 지난 10일 당대표·최고위원 본선 진출자를 가린 컷오프 후에도 전대는 열흘째 색깔론과 과거 흠집내기, 흑색선전으로 날 새우고 있다. 이런 전대를 계속할 건지, 부끄러움조차 잊은 집권당인지 따져 묻고 싶을 뿐이다.

여 전대는 하루하루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와 부산·울산·경남, 호남으로 이어진 합동연설회와 한차례 치른 TV토론도 예외가 없었다. 황교안 후보가 지난 15일 김기현 후보를 향해 ‘울산 KTX 노선 변경 시세차익’ 의혹을 제기하자 안철수 후보가 “부동산은 국민의 역린”이라며 가세했다. 김 후보는 “가짜뉴스 퍼나르는 민주당식 못된 DNA를 가진 분”이라고 안 후보를 맞받았다. 근거 제시나 진위 확인은 없이 국민 앞에서 서로 할퀴는 삿대질만 이어간 것이다. 김 후보가 “안 후보가 당선되면 윤 대통령 탄핵이 우려된다”고 공격하자, 안 후보는 “김 후보가 박근혜 탄핵에 앞장선 분”이라고 역공했다. 국정을 주도해 나가야 할 여당의 전대 의제가 24년 전 김 후보가 산 땅 위로 KTX 역세권 도로가 지나간 일과 탄핵 시비뿐인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색깔론도 끊이지 않는다. 태영호 최고위원 후보가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지시”라고 불붙였지만, 이 발언은 정부의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없고 마땅한 근거도 대지 못한 그만의 주장이다. 4·3 관련 단체들로부터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고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은 사죄했다. 그런데도 태 후보는 “사과할 사람은 김정은”이라며 “무엇이 막말이라는 것이냐”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대 판에는 ‘안철수의 신영복 존경’과 ‘천하람의 김대중 전 대통령 칭송’ 발언도 소환되고 있다. 철 지난 이념·사상 시비를 주목할 이는 강경 보수층밖에 없다. “과거 얘기만 하고 있다”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전대 넋두리가 왜 나왔을지 짐작된다.

여당 전대가 17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도권 합동연설회와 3번의 TV토론도 곧 이어진다. 가뜩이나 윤심 논쟁으로 시작한 전대가 네거티브와 과거 공방으로 점철되고 있다. ‘당심 100%’로 전대 룰을 바꿀 때부터 우려했던 상황인데 예상보다 훨씬 더 엇나가고 있다. 비전·정책과 민생 경쟁은 찾아볼 수 없는 전대가 됐다. 이런 집권당 전대를 국민이 왜 봐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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