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순신 추천해놓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이 27일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인사참사에 대해 “추천권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마 사유가 된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장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윤 청장은 지원자 3명 중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단수 추천했다. 중대한 문제를 일으켜놓은 사람치고는 너무나 무책임하고 안이한 태도이다. 윤 청장은 자신의 퇴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찰 조직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견지해야 하며, 경찰청장은 이를 위해 누구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윤 청장은 그동안 여러 사건에서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윤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본부장 임명 과정에서 경찰청은 인사검증 권한이 없다”면서 “인사검증 결과 ‘아무 문제없음’으로 통보받아 정 변호사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1·2차 검증을 맡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 책임을 넘긴 것이다. 또 윤 청장은 “별도로 대통령실의 요청을 수용한 것은 아니고, 의견교환을 통해 적격자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후보자 세평을 다각도로 확인하는 경찰청의 검증 업무를 소홀히 하고, 사전에 정 변호사 내정에 교감해 추천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무소신을 넘어 명백한 직무유기다.

윤 청장의 무소신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프락치 의혹이 제기된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 임명을 옹호했다. 경찰 통제 조직 부활에 반대하는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을 징계하고 무더기 좌천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경찰의 수사를 이끌 수장 자리에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를 앉히려다 물의를 빚었다. 경찰 내부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대통령실은 이날 인사검증 제도 개선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후임자 인선 절차를 서두르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누가 봐도 윤석열 정부가 무리하게 경찰을 장악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 이런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재발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윤 청장을 경질해야 한다. 윤 청장은 거취 표명을 묻는 질문에 “고민은 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미꾸라지 같은 말로 피해갈 상황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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