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개월 연속 무역적자, 통상·산업전략 새로 짤 때

반도체 불황이 깊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 달간 수출은 2022년 2월보다 7.5% 줄어든 501억달러로,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는 2월 수출액이 59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5%(44억달러) 줄어 7개월째 감소 추세를 보였다. 감소폭도 지난해 8월 7.8%에서 12월 29.1%, 올해 1월 44.5%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IT 제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 국내 기업들의 주력인 메모리 제품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는 12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무역적자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환율 급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그렇잖아도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고 주식시장에선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수출전략 회의를 열어 대책을 내놓았으나, 효과도 없고 호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겠다고 했지만 아세안 지역 수출은 지난달 16.1%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 칭하면서 수출의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출 영업이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통상·산업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할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 앞으로 10년간 중국에 시설 투자를 할 수 없다. 미국이 지난해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을 금지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부여한 1년의 유예조치 시한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미국을 택하자니 중국의 보복이 두렵고, 중국을 택하자니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위기에 내몰려 있다. 정부는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중국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기업 세금 감면 확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반도체 외에 다른 수출 품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지원·육성해야 한다. 12개월 연속 무역적자 기록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 경제의 흑역사인 외환위기는 무역적자 누적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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