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반도체 패권법’ 대응, IRA 실패 전철 밟지 말아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5일 미국 행정부와 글로벌 어젠다, 경제안보 현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 3박5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김성한 실장은 “경제안보 현안,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비롯한 반도체법들, 이런 것들이 경제안보 차원에서 어떤 플러스·마이너스가 있을지 짚어볼 생각”이라며 “마이너스를 최소화하고 플러스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도출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 보조금 지급의 조건으로 기업들에 과도한 요구를 한 만큼 그에 따른 한국 기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차후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도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과 미국의 논의 결과를 주목한다.

미 상무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도를 넘는 요구를 하고 있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의 초과이익을 미 정부와 공유하는 것은 물론 기술 수준과 현금흐름 등 상세한 재무계획까지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미 국방부에 실험과 생산시설의 접근권을 제공하는 기업을 우대한다고 했다. 중국 등 우려대상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10년간 금지하는 조건도 있다. 중국 견제를 넘어 반도체 패권을 틀어쥐려는 목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만 등과 경쟁하기도 벅찬 한국 기업이 또 다른 부담을 져야 할 판이다.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지 회의가 들 정도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늘려가다 최근 미국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말로는 동맹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자국의 반도체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미 IRA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기업과 정부 모두 미국의 의회와 정부의 움직임에 어두웠던 탓이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을 지키는 일은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외교력을 발휘해 반도체 보조금 규정의 독소조항을 제거함으로써 한국 반도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우려국가에 10년간 투자를 확대하거나 반도체 제조 역량을 늘릴 수 없다’는 조항에 붙은 ‘특정 조건을 제외하고’ 단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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