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자리마저 검사 출신 앉히다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상근전문위원으로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가 선임돼 시끄럽다. 그가 임명된 지난달 27일은 검사 출신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이 아들 학교폭력 사건으로 내정 하루 만에 낙마한 직후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인사·공직기강·법률·총무 라인과 여러 부처, 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국민권익위·인권위·민주평통 사무처 요직까지 뻗은 검사 출신 인사가 국민연금까지 확장된 것이다. 가히, 검사들이 국정 전반에 전진배치된 ‘만사검통’ 시대라 할 만하다.

한 변호사가 맡은 상근전문위원은 8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 중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자문·주도하는 자리다. 국민연금이 1대주주로 10%대 지분을 갖고 있는 KT를 비롯해 국내외 투자 기업들이 영향권에 들어 있다. 현재 임기 3년의 상근전문위원 3명이 1년씩 돌아가며 주주권 행사 방향을 정하는 ‘수탁자책임위’, 주식 보유 비중을 정하는 ‘투자정책위’, 기금운용 수익·위험을 조율하는 ‘위험관리·성과보상위’를 이끌고 있다. 그간 금융·회계·자산운용·연기금 전문가가 맡은 기금운용위 핵심 자리에 처음으로 검사 출신이 진입한 것이다.

한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 부부장을 지내고 2007년부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박근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논문을 썼고, 2021년엔 국민의힘 추천으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등을 맡았다. 20년의 검사 생활 후 정치권 주변에서 친여·친보수 성향의 활동을 해오다 이번에 사용자단체 추천으로 기금운용위에 입성했다.

2019년 신설된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 제도는 독립성과 전문성이 중요하다.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전문적·독립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보고했다.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을 높여 투자 기업들을 향해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의 의결권 적극 행사)를 강화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금융위 신년보고에서 재차 환기시킨 대목이다. 그 원칙과 관례가 친여 성향의 첫 검사 출신 임명으로 흔들린 셈이다. 요즈음 여권에서 차기 대표 선임에 ‘감 놔라 배 놔라’ 개입한 KT 사태도 자본시장에선 대주주 국민연금이 낀 ‘관치’ 움직임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주권 행사의 신뢰와 공정성을 떨어뜨릴 국민연금 인사는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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