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바뀌자 귀국한 조현천, ‘기무사 내란’ 행위 엄벌하라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였던 전 기무사령관 조현천씨가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조씨는 기무사령관으로 재직중이던 2017년 2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촛불 시위’ 진압용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였던 전 기무사령관 조현천씨가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조씨는 기무사령관으로 재직중이던 2017년 2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촛불 시위’ 진압용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아온 전 기무사령관 조현천씨가 29일 돌연 자진 귀국했다.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3개월 만이다. 조씨는 기무사령관으로 재직하던 2017년 2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촛불 시위’ 진압용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씨가 주도한 계엄령 문건은 반헌법적 친위 쿠데타 시나리오와 다름없다.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경우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걸로 예상해 ‘위수령 발령→계엄령 선포’ 계획을 세우고, 대통령 직책 옆에 ‘권한대행’ 표기까지 넣은 계엄 포고문 예시문까지 작성했다. 국회가 추진할 위수령 폐지 법안에 맞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제시하고, 언론 통제 방안도 마련했다. 2016년 튀르키예에서 계엄군 진입이 실패한 사례를 참조해 시민들의 휴대폰 전파 통제를 제안하고, 미국·중국 등에 계엄선포를 인정받기 위한 외교활동까지 언급했다. 심지어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특전사 1400명 등 무장병력 4800여명을 동원해 시민을 상대로 발포까지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조씨 귀국으로 검찰 수사가 4년여 만에 재개됐지만 이날 공항에서 체포된 조씨는 이상하리만치 여유 있는 태도였다. 그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며 “검찰 수사로 계엄문건의 본질이 규명되고, 국민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년 넘게 귀국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는 “도주한 것이 아니고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며 웃는 모습까지 보였다. 정권이 바뀌자 정부·여당과 사전 교감한 뒤 ‘기획 입국’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조씨 행위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시민들을 군홧발로 짓밟으려 한 대역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로 기무사의 내란 음모를 밝히고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돼 계엄령 선포는 미수에 그쳤지만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하마터면 1979년 12·12 쿠데타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한 만행이 되풀이될 뻔했다. 검찰은 조씨를 구속해 공범들과의 접촉을 막고, 박근혜씨와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 8명에 대한 수사도 다시 진행해야 한다. 시민들은 검찰이 이번 수사를 어떻게 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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