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인권적인 교회·공연장 이주민 급습, 반한 감정 키운다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이 반인권적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내한 가수의 공연장을 급습해 관객을 체포하고, 예배 중인 교회를 덮쳐 신도에게 수갑을 채우는 식이다. 어느 인권국가에서도 문화·종교행사를 함정 삼아 불법체류자를 토끼몰이식으로 무더기 검거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비윤리적이고 외교적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근시안적 행태라 할 수밖에 없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달 26일 새벽 인천 클럽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8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태국 매체들은 자국의 유명가수 암 추띠마의 공연을 보러 인천에 모인 관객들을 경찰이 불심검문해 미등록 외국인들을 체포·추방 조치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가수가 입국 사유에 ‘콘서트를 열기 위해’라고 기재한 사실에 착안해 기획단속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2일엔 경찰이 예배 중인 대구 논공필리핀교회에 난입해 ‘위조여권 소지 혐의’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9명을 수갑 채워 연행했으나 불법체류 외 혐의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개신교계가 종교의 자유 침해이자 공권력 남용이라고 항의하자 대구경찰청장은 유감을 표했다.

토끼몰이식 단속은 올 초 법무부가 불법체류자를 5년간 올해(41만명)의 절반(2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당국이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손쉬운 장소를 겨눈 것이다. 하지만 사업장 이동 제한을 비롯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한 축을 이룬 이주노동자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폭력적 단속·추방은 이주민 사회에 공포를 조성하고, 인명 피해까지 내왔다. 이주민들은 질병에 걸려도 도움을 청할 수 없고, 행정 편의를 위해 외국인보호소에 무기한 구금돼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기도 한다.

구조 개선은 뒷전이고 불법체류자를 내쫓는 데만 집착하는 정부의 차별적 태도가 ‘반한 감정’을 키울지 우려된다. 지난달 한국 돼지농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미등록 태국인 노동자 사건을 비롯해 한국에서 벌어지는 비인권적 실태가 실시간으로 각국에 전달되는 세상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신설을 추진 중이다. 외국인을 강박적인 통제 대상으로 보는 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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