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위기 극한 가뭄 속 웬 4대강 보 논쟁인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2021년 강 생태계 악화를 막기 위해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한 전남 나주의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수위에 따라 수문을 열고 닫는 부분 개방을 해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2021년 강 생태계 악화를 막기 위해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한 전남 나주의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수위에 따라 수문을 열고 닫는 부분 개방을 해오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기후재난에 가까운 가뭄을 겪고 있다. 그 와중에 느닷없이 ‘4대강 보’ 논쟁이 불거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뭄 현장을 방문해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하자 한 보수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가뭄 고통이 배가됐다고 보도했다. 환경부 장관은 중장기 가뭄 대책에 4대강 보 활용 방안을 포함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 물그릇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효과적인 수자원 확보 정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는 점에서 사실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윤 대통령 말처럼 4대강 보가 ‘방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영산강 보는 전남 나주의 승천보·죽산보 2곳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 생태계 복원 등을 위해 승천보를 상시 개방하고, 죽산보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 해체되진 않았고, 두 곳 모두 부분 개방 상태로 유지돼 왔다. 그조차 하지 않고 강물을 가둬뒀다면 수질 악화 문제를 떠나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됐을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강을 막아 외관상 물이 많은 것과 실제 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많은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18년 7월 감사보고서에서 4대강 보들이 애초 용수 활용을 위해 설계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전 정부 결정으로 이번 가뭄 피해가 더 심해졌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4대강 보가 홍수·가뭄 대응에 도움이 된다면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업 추진 당시 정부 내에서조차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7월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계획이 여론의 반대에 막히자 가뭄·홍수 대비로 명분을 바꾸고, 보를 4개에서 16개로 증설하며 수심을 6m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른바 ‘물그릇 키우기’ 논리다. 당시 국토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은 보 증설로 인한 저류 용량 증대는 다목적댐과 달리 연중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실질적 수자원 확보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나중에라도 여론이 바뀌면 대운하로 활용할 길을 열어둬야 한다며 보 증설을 밀어붙였다. 감사원은 2018년 감사보고서에서 실제로 4대강 보의 물부족 해소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물부족 지역은 대부분 도서·해안·산간 지역인데 강 본류의 수자원 확보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가뭄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사후 정당화하려는 시도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은 이미 22조원의 세금을 낭비한 문제 있는 사업으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감사원 감사에서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다. 4대강 재자연화는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천문학적 관리 비용 등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 일부 보에 한해 내린 결정이다. 사후 정당화에 집착해 또다시 세금을 쏟아붓는 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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