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시 반영한다는 학폭 대책, 엄벌주의 부작용도 살펴야

국민의힘과 정부가 5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보존하는 기간을 연장하고, 대입 수시뿐 아니라 정시 전형에도 학폭을 반영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대입 이후 취업 때까지 학폭 기록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학폭 가해자에게 대입은 물론이고 취업에도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경각심을 높인다는 취지다. 가해자 징벌 강화에 중점을 둔 고강도 대책이다. 그러나 엄벌주의를 앞세우는 대책은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고, 학폭 근절과 예방에 한계가 있다. 교육과 선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학폭 조치사항이 정시 전형까지 확대 반영되면 당장 학폭이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불복 사례도 급증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가해 학생 측의 행정심판, 행정소송이 남발되는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 소송전으로 시간을 끌며 대입 절차를 통과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례를 막을 방책이 여전히 미흡한 것이다. 그 대처 방안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가해 학생의 자퇴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런 부작용들을 감안하지 않고 엄벌만 강조하는 것은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한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정부·여당은 피해 학생 맞춤 지원, 교권 확대·보호 방안 등도 논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내놓은 학폭 종합대책 밑그림은 가해 학생 엄벌에 치중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반드시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른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더욱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징벌 위주 대응은 학교 현장의 갈등과 불신을 조장할 뿐이다. 그보다는 피해자 중심에서 학폭을 바라보는 엄정한 체계를 세우는 게 먼저다. 피해 학생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며 회복을 지원하는 대책이 급선무다. 학교장의 긴급보호 요청권은 피해 학생의 요청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요청이 없더라도 적극 적용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앞으로 국무총리 주재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최종 계획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입시·취업에 불이익을 가한다는 대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때마다 내놓았어도 학폭을 줄이지 못한 처벌 강화책의 재탕일 뿐이다. 지금은 학폭 대응 방안이 아니라 문제 해결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기적인 예방책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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