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상혁 방통위원장 조기 면직설, 방송 장악 그림인가

정부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조기 면직을 검토하고 있다. 7월 임기 만료 전에 물러나게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4일 관계부처에서 면직 처리에 필요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토가 마무리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주에 면직안을 재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혐의를 다투는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면직시키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나고 논란의 소지도 많다. 전 정부 인사를 찍어내고 방송 장악에 속도를 내려는 저의가 의심된다.

검찰은 지난 2일 한 위원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평가점수 조작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등의 혐의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검찰 주장을 반박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 3월 법원은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면서 검찰이 청구한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수개월 수사를 벌이고도 혐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이다. 이런데도 불구속 기소 시점에 면직부터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조급함을 드러낼 뿐이다. 벌써부터 정가에선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이름이 나돌고 있다.

임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한 위원장을 하루라도 서둘러 내보내려는 이유는 방통위 개편을 통해 여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앞당기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방통위는 KBS·EBS·방송문화진흥회(MBC)의 이사 임명이나 추천 권한을 갖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송사 경영진을 친정부 인사들로 구성하기 위해 그 첫걸음이 될 방통위원장 교체를 서두르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감사원 감사, 국무조정실 감찰, 검찰 수사로 방통위를 압박한 것도 한 위원장 몰아내기를 겨냥한 처사였음이 분명해졌다.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부의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여당이 때맞춰 전 정부 인사 사퇴 목소리를 높인 것도 볼썽사납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방통위 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목하며 ‘반정부’ ‘세금 도둑’이라 비난하고 사퇴를 압박했다. 정부·여당은 면직을 궁리하기 앞서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헌법기관·국가기관의 장을 무리하게 찍어내는 일은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는 점부터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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