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 실효적 조치 없으면 들러리 된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저장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저장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8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해성을 검증하기 위한 전문가 시찰단을 오는 23~24일 파견하기로 했다. 전날 한·일 정상 발표에 따른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대신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라는 표현을 쓰며 “한국인들이 이 사안에 대해 이해해주실 수 있도록 이달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한국 전문가 현장시찰단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일본이 한국 내 우려에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찰단의 짧은 방문으로 오염수가 인체와 생태계에 미칠 유해성을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는 들러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일본 정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녹아내린 노심의 냉각 등에서 생겨나는 오염수를 더 이상 저장하기 어렵다며 연내 해양 방류를 하려고 한다. 오염수에는 여러 가지 고위험 방사능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일본은 삼중수소 외에는 대부분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내달 이와 관련한 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IAEA 특성상 일본 계획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지만 한국 내에 불안감이 크니 개별 국가로는 처음으로 시찰단 파견을 허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과학이 시민 건강보다 경제 논리에 더 기울어져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많은 일본 시민들과 18개국으로 이뤄진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반대한다. 이들은 한국보다 오염수 방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도쿄전력이 PIF에 제공한 오염수 표본 데이터를 검증한 국제 과학자들도 지난 1월 시민들 우려에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가 약 30년간 이뤄질 거라고 한다. 그러나 폐로 절차가 언제 시작될지 몰라 그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고 일단 방류가 시작되면 돌이키기도 어렵다. 삼중수소를 희석한다 해도 오랫동안 방류될 경우 인간에게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축적된 연구도 없다. 그런 가운데 한국 전문가 시찰단이 가게 된 것이다.

기왕 파견키로 한 시찰단이 실효적이려면 친원전 인사들로만 구성해선 안 된다. 또한 방문 후 의문이 생기면 추후에라도 일본 측에 정보 제공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독립적인 국제 과학자 공동체와 공유하며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래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일본에 연내 방류 계획을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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