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류창고에서 온 청년의 비보, 중대재해 비상벨 울려라

지난 3월27일 경기 이천 동원그룹 물류계열사 동원로엑스의 물류창고에서 29세 신입 직원 A씨가 지게차를 운전하다 사고로 숨졌다. 지게차 운전은 그의 담당업무도 아니고 안전교육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반품 물품을 외부창고에 운반한 뒤 경사로로 내려오다 지게차가 뒤집혀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가 운전한 입식지게차는 브레이크가 없어 경사로에선 운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사무직인 A씨는 사고 당시 안전 장구도 착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족은 두 달이 다 되도록 A씨가 어떤 이유로 지게차를 몰다 사고를 당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A씨에게 지게차 운행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난해 9월 입사한 사무직 신입 직원이 회사 지시 없이 지게차를 몰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조속히 사건 진상을 밝혀야 한다.

물류산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하면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취업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물류산업 기업체 수는 39만9000개, 종사자 수는 78만4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1만7000개 기업, 종사자 수 59만6000명)보다 업체 수는 84%, 종사자 수는 31% 증가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 실태조사에서는 단일품목 물류센터 종사자의 72%가 30대 이하이고, 종합판매물류센터도 53.6%가 30대 이하로 집계됐다.

하지만 A씨 사례에서 보듯 노동안전이 지켜지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고, 산업재해도 잦다.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운수·창고·통신업의 2021년 업무상 사고재해 건수는 전년 대비 40.6%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혁신 산업으로 각광받아온 물류산업이 수많은 노동자들을 ‘갈아넣어’ 성장해왔음을 보여준다. 물류창고는 물건을 트럭에 싣고 내리는 고된 업무에 야간노동도 많고, 컨베이어 벨트·지게차 등에 의한 사고 위험도 높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문에 맞추다 보니 노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건강·안전관리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럼에도 취업난에 몰린 청년들이 물류센터로 몰려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류창고를 고된 노동을 마친 청년들이 “최소한 안전하게 퇴근해 귀가”(A씨 아버지)할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 노동당국은 사고가 빈발하는 물류센터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일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가 아니라 엄정 집행이 노동안전을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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