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이없는 북 위성 문자 오발송, 행정 재난 책임 물어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31일 아침 서울시가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를 잘못 보내 940만 서울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내용의 재난문자가 오전 6시41분에 발송된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오발령’이라며 이 재난문자를 정정한 뒤 서울시가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발송하기까지 44분이나 걸렸다. 소동으로 끝났기에 망정이지 만일의 사태였다면 “전쟁 나면 다 죽겠구나” 싶은 행정 참사가 벌어졌다.

재난문자가 9분이나 늑장 발송된 점부터 납득이 안 된다. 행안부가 6시30분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발령’이라는 지령방송을 했는데, 서울시는 행안부에 확인 연락이 닿지 않자 절차를 거쳐 경계경보를 냈다고 한다. ‘미수신 지역’에 서울이 포함되는지 몰라 우물쭈물한 것이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시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생명을 보호할 소중한 기회를 그만큼 잃어버렸을 것이다. 재난문자 내용도 문제투성이였다. 경계경보가 발령된 이유나 대피장소 안내가 전무했다. 뭔 일인지 몰라 시민들의 검색이 몰린 네이버 모바일 사이트는 접속장애로 먹통이었다. 규정에 따른 문안이라지만, 혼란만 키운 ‘맹탕 문자’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난문자 대소동에 사과하면서도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행안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똑같이 내보낸 지령방송을 서울시만 잘못 읽고 위급재난문자를 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고조되는 속에 유사시 중앙·지방 정부 간 경보 협조체제와 정보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가. 오발령이 아니라고 퉁쳐서 시민 화만 더 돋울 일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재난 대응 시스템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시민 입장에서 이 사건은 또 하나의 ‘행정 재난’이다.

이번 소동은 면밀히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는 재난문자는 실제 위기 상황에서 무용지물일 뿐이다. 전쟁 공포를 조성하려 한다는 ‘북풍 음모론’까지 나온 것은 재난당국의 위기 대응 실패가 불안감을 더 키웠기 때문이다. 시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안보의 기본이라는 점을 정부는 무겁게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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