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의 안보리 진출, 신냉전 가속화 막는 역할 해야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을 맡게 됐다. 한국은 지난 6일 유엔 총회 투표에서 알제리·시에라리온·가이아나·슬로베니아와 함께 2024~2025년 임기 안보리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한국의 안보리 진출은 이번이 세번째다. 이사국이 대륙별로 할당돼 있고,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단독후보로 출마해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 외교의 승리”라는 윤석열 대통령 평가는 머쓱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상임 이사국들의 잦은 거부권 행사로 ‘식물 안보리’라는 비판이 일고, 거부권이 없는 비상임 이사국 권한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전쟁·공급망 재편·기후위기로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시기에 한국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논의하는 핵심 협의체에 들어가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

정부는 한·미·일이 함께 안보리에 있게 된 점에 의미를 두는 듯하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7일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면서 “1997년에 이어 두번째로 한·미·일 세 나라가 안보리 이사국 활동을 전개하게 됐다. 한·미·일 안보 협력과 유엔 안보리 간 연계·공조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또 하나의 장이 마련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1997년과 지금의 한·미·일 협력은 의미가 다르다. 탈냉전 후 국제사회가 협력하고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던 26년 전과 달리 지금은 미·중을 축으로 전 세계가 신냉전적 구도로 달려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1년간 외교안보 정책도 한·미·일 구도 강화라는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과정이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할 것인가. 대통령실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을 보면 방향이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번 안보리 진출로 더 커진 권한과 책임감을 국면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세계 평화에 필수적인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다. 북한의 핵실험 등 안보리 결의 위반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하는 중국·러시아와도 충분히 교감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중관계 속에서 운신할 폭이 크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는 미·중이 신냉전으로 가지 않도록 가교 역할을 할 수는 있다.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갈등 의제가 아닌 협력 의제로 다루도록 중간에서 끈질기게 아이디어를 내고, 머리를 맞댈 장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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