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가사도우미·소개팅,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 길 잃었다

서울시가 결혼 적령기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청년만남, 서울팅’ 사업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했다. 서울팅은 ‘서울시 소개팅’을 뜻한다. 청년들에게 다양한 만남의 장을 제공해 결혼문화 조성을 유도하겠다는 저출생 대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시의회 답변에서 소개팅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오 시장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제안에 이어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도외시한 표피적인 대책이다.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오 시장은 만남 상대가 극단적 성향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는 자료를 받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관이 나서 만남을 독려하는 정책이 저출생 해법이 되리라고 판단한 것도 놀라운데, 시 당국의 소개가 민간업체보다 안전하다고 내세우기까지 하니 더 황당하다. 안전 만남 보장을 위해 재직증명서나 혼인관계증명서 등을 받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서류 심사로, 혹은 직업을 따져서 범죄 성향을 가려낼 수 있다는 건가. 이런 안일한 행정에 헛심 쓰지 말고 실효성 있는 정책에 인력·예산을 돌리라는 청년 세대 목소리를 서울시는 새겨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하반기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오 시장이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며 제도 도입을 제안한 뒤 국회에서 가사근로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도입 검토를 지시하며 급물살을 탔다. 싼값에 가사노동을 대신하게 하는 방법으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나, 앞서 도입한 나라에서 본 부작용이나 부정적 여론이 큰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뿐 아니라 돌봄노동 가치 저하, 성차별적 문화 재생산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마땅하다.

서울팅 사업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과 더불어 길 잃은 저출생 대책 2탄이 될 수 있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이 성차별적 문화와 사회구조에 있음을 저버린 것이다. 출산·육아 환경, 여성 경력단절, 청년 일자리·주거 문제 등이 핵심인데 이를 비켜난 채 만남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가사도우미를 불러들일 테니 어서 결혼하고 출산하라는 건 억지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만남 기회가 없어서 연애와 결혼을 꺼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부터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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