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크레인 월례비 임금이라 한 대법, ‘건폭’ 공세·수사 멈춰야

정부가 건설노조 공세의 시작점으로 삼은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 성격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건폭’(건설노조 폭력)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공갈 꼬리표를 붙인 월례비가 부당한 금품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법원은 지난 29일 철근콘크리트 업체 A사가 타워크레인 운전기사 16명에게 지급한 월례비 6억500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정부가 건설노조를 몰아세울 근거·명분도 사라지게 됐다.

이 사안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2016년 9월부터 3년간 A사로부터 받은 월례비가 정당했느냐가 쟁점이다. 1·2심은 A사가 2019년 11월 기사들에게 월례비로 지급한 6억5489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다만 월례비 판단이 갈렸다.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해 온 관행으로 기사들에게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 성격을 가지게 됐다”며 정반대의 판단을 내놨다. 월례비를 임금의 일종으로 인정한 판결은 처음이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하며 최종 확정됐다. 건폭 몰이의 시작이 월례비였는데, 이번 판결로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대법원 판단은 ‘건설현장 불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건폭 몰이에 나선 정부·경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관행으로 굳어진 월례비가 임금 역할까지 하고 있는데도, 국토교통부는 월례비를 받는 기사의 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건설 노동자가 분신·사망을 했는데도 경찰의 강경수사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불법행위 특별단속 기간을 50일 연장하고, 특진 배당 인원도 50명에서 90명으로 늘리며 수사를 독려했다. 무리한 수사 결과는 법원 영장 발부 비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걸로 드러났다. 대법 판결로 월례비 임금 근거가 명확해졌으니 정부 공세·수사도 멈춰야 한다.

정부는 이제 건폭이라는 딱지를 붙여 노동자를 범죄집단화할 게 아니라 월례비를 양산한 구조적 문제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 건설현장 불법 근절의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노조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노·정관계는 악화일로다.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동자의 분신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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