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탄압 대명사’ 이동관, 여론 반대 귀 닫고 밀어붙일 텐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곧 지명할 거라는 여권 내 관측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면직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잔여 임기가 이달에 종료되고,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임기도 내달 23일 만료돼 후속 인사가 임박한 분위기다. 방통위는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과거 ‘언론탄압 대명사’로 불린 이 특보를 왜 여론까지 역행하며 밀어붙이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이 특보에겐 부적절한 결격 사유와 논란이 한둘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실세가 학교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 무마를 청탁한 것은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자질을 의심케 한다. 현직 대통령 특보가 방송·통신을 관장하는 자리로 직행하는 것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비토 여론이 커지는 데는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언론자유를 탄압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 당시 공영방송 내 사장·간부 물갈이와 프로그램 교체, 언론사 광고 탄압 등을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이 곳곳에서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 적폐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통령이 되어 이 특보를 방통위원장에 앉히려는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로지 언론 통제·장악에만 유능했던 인물이 지금 이 정부에 필요하다는 건지 묻게 된다.

방통위는 한 전 위원장 면직 후 이미 방송장악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을 만들었고,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절차에 돌입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검사·감독에도 착수했다. 새 방통위원장 임명 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이끄는 변칙적인 방통위 3인 체제(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1명)에서 ‘절차 논란’까지 빚으며 벌이고 있는 일이다.

한국기자협회의 기자 설문조사에서 80%가 이 방통위원장 임명에 반대했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여론이 60% 안팎에 달하고, 40여개 언론단체가 참여하는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 특보는 부적격하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반대 여론에 귀를 닫고 이 특보를 방통위 수장에 임명하려는 이유는 불 보듯 뻔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권 입맛에 맞도록 언론을 장악하고, 또다시 공영방송부터 재갈 물리고 길들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충돌만 일으킬 이 특보 내정을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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