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끼임사고 SPC, 불투명·불철저한 대처 책임 물어야

지난 8일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

지난 8일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

국내 1위 제빵기업 SPC 계열 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8일 낮 12시41분쯤 경기 성남에 있는 샤니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사고는 노동자가 이동식 리프트와 설비 사이에 끼이면서 일어났다. 외상성 심정지 상태에 빠진 노동자는 현재 호흡이 돌아와 수술을 준비 중인 상태라고 한다. 경찰은 작업은 2인1조로 이뤄졌고, 사고 당한 동료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노동자가 기계 작동 버튼을 누르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SPC 계열의 또 다른 평택공장에서는 열 달 전에도 20대 노동자가 야간작업을 하다 기계에 끼여 참혹하게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그 당시 이 그룹 제품과 프랜차이즈의 불매운동이 전국에서 거세게 일어났고, SPC 허영인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허 회장은 그 자리에서 회사에 안전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작업환경 개선 등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재발방지 약속이 무색하게 사고는 계속 이어졌다. 허 회장 사과 후에도 이번 사고가 난 공장에서만 3번의 끼임사고가 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목숨을 걸고 일터로 나간다’는 말이 과하지 않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이번 사고를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에는 “SPC그룹은 구제불능이다” “불매운동하고 싶어도 독과점이라 강력 처벌만이 답이다”라는 등의 분노 섞인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 직후 SPC는 전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번에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눈가림 대응에 그쳐선 안 된다. ‘피 묻은 빵 안 먹겠다’며 불매운동을 했던 시민들의 공분을 기억한다면 SPC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인정했듯,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는 그 자체로 노동자의 기본 권리이다. 통상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하는 제빵 공장은 근무강도가 높은 일터로 꼽힌다. 성남 샤니 공장도 분기별로 2주만 빼고 나머지는 맞교대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SPC는 밤샘·장시간 노동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좀 더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값싼 노동의 대가로 기업의 배만 불려서는 안 된다. 또한 안전경영 투자금 집행 계획을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당국은 샤니 공장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만큼 사고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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