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푸틴 회담, 한반도의 신냉전 각축장화 안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발사기지에서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군사협력, 무역, 식량 지원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기술 개발을 돕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국주의에 맞선 성스러운 싸움”으로 표현하며 러시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방 제재를 받는 두 나라가 탈냉전 후 30여년 만에 전략적 협력 관계를 복원해 한반도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 밀착이 갖는 잠재적 위험성은 우려를 표하기에 충분하다.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발사 기술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높다. 위성 발사 기술은 탄도미사일과 같은 원리여서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제공한다면, 이 역시 그간 자신들이 밝혀온 우크라이나 전쟁 불개입 원칙을 허무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북 식량 지원,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송출 재개 등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도 허물어지게 된다.

이번 회담은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확보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장기화될 수 있다. 유럽 지역에 국한됐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활동 범위가 동북아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회담이 북·중·러가 뭉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함께 군사훈련을 하고 있고, 여기에 북한도 참여시킬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것은 냉전 때도 없던 일이다.

이런 지각변동의 동력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로 3자 동맹 전 단계까지 나아간 한·미·일이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반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의 각축장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중관계 관리에 더 노력하고, 러시아·북한과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일각에서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보복하자고 하는데, 이것은 상대의 나쁜 행동에 똑같이 대응하겠다는 발상이다. 두 진영으로 갈라져 서로 맞대응하면서 대결 구도를 심화하는 것은 고립된 나라 북한이라면 몰라도 한국의 국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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