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털 축구 여론조작, 정략 배제하고 ‘매크로 진상’ 밝혀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포털 ‘다음’의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응원 페이지에 중국 쪽 클릭이 몰린 데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국무회의에서 방통위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내린 조치다. 방통위는 이 응원 클릭 3130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약 50%는 네덜란드,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접속한 것이었다고 보고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이러한 여론 왜곡이 국내는 물론 해외 세력에 의해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이번 사안을 ‘여론 왜곡 사태’로 단정한 것이다.

문제 된 상황은 지난 1일 한·중전 당시 다음의 중국 응원 클릭 수가 2900만여건, 점유율 최대 93%로 압도하면서 일어났다. 방통위 분석대로 해외망을 우회해 접속했거나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자동 반복하는 ‘매크로’가 동원된 것이다. 다음 측도 “해외 두 곳에서 매크로 조작이 이뤄진 이례적 현상”이라고 인정했다. 다음은 “로그인 없이 무제한 클릭이 가능해 생긴 문제”라며 개선책을 마련하고, 매크로 조작에 의한 업무방해 건도 경찰에 수사 의뢰키로 했다.

그러나 매크로 조작이라는 다음 측 판단과 달리, 정부·여당과 대통령실은 포털을 압박하는 초강수부터 빼들고 있다. 국민의힘 포털TF는 “자격 없는 자들의 부당한 여론 개입은 국기문란 범죄인 선거 공작으로 이어지는 여론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북한 개입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했고, 김기현 대표는 좌파 성향이 강한 다음이 여론 조작 숙주 역할을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범정부 TF의 실태조사를 통해 다음에 대한 엄중 제재를 검토한다고 했다. 장난성 매크로인지, 누가 왜 했는지도 모르는 응원 클릭 수 조작을 중대한 여론 조작으로 규정짓고, 포털에 책임을 묻겠다고 범정부 기구를 띄운 셈이다.

정부·여당이 ‘국론 분열 사태’ ‘국가안보 위협’ 등 자극적인 언사를 동원해 포털 압박 강도를 연일 높이는 것은 가짜뉴스 근절을 앞세운 방송사 제재에 이어 포털도 손에 쥐고 흔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말만 앞선 정략을 배제하고 매크로 조작 의혹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포털이 건전한 공론장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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