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거부한 최민희 사퇴, 이동관 ‘2인 방통위’ 끝내야

야당 몫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자인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 3월 말 국회가 본회의에서 그의 추천안을 통과시켰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결격 사유 유권 해석을 요구하면서 임명을 한없이 미루기만 했다. 윤 대통령이 입법부 결정을 7개월 넘게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 방통위는 ‘2인 방통위’라는 기형적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국회 몫 3인을 공석으로 놔둔 채, 윤 대통령 지명 몫인 이동관 방통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이 방통위를 장악해 전횡한 것이다. 공영방송의 존립을 흔들고, 언론·방송을 탄압하는 주요 결정을 입맛대로 해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 보궐이사를 검증 절차 없이 임명한 점이 드러났고,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방심위 체제를 흔들어 언론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 또 KBS이사회가 박민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규정을 위반했으나 관리 감독해야 할 방통위는 이를 방임했다. 박 사장 후보자는 7일 파행 끝에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 낙하산 인사, 방송 비전문성,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과태료 상습 체납 등 문제가 제기돼 공영방송 사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시비에 휩싸였다.

방송·통신 독립성을 위해 방통위는 2008년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탄생했다. 5인 합의체에 의하지 않고,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이 멋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일뿐더러 방통위 설립 취지를 뒤엎는 폭거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짜뉴스 규제의 법적 근거에 대해 “문제가 있으면 그때 법제화해달라”는 이상한 논리로 법치주의를 무시했다. ‘2인 방통위’의 무도한 독주는 탄핵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지난 5월 말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으로 쫓겨난 후 방통위는 김효재 권한대행 3인 체제, 이동관 위원장 2인 체제로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해임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가 법원 판결로 복직하면서 방통위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최 전 의원 임명을 미루며 윤 대통령이 국회 몫 추천 위원을 원천봉쇄하면서 빚어진 면도 간과할 수 없다. 방송·통신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시스템이 이렇게 망가져도 되는 것인가. 국회는 서둘러 3인의 위원을 추천해야 하고, 윤 대통령은 즉각 임명해 방통위를 정상화해야 한다. 방통위 역시 위법적 행태를 멈추고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어야 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지난 9월 전체회의에서 이상인 부위원장과 ‘2인 방통위’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지난 9월 전체회의에서 이상인 부위원장과 ‘2인 방통위’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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