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재정법 위반 혐의까지 받는 검찰 특활비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검찰 특활비 비밀잔액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검찰 특활비 비밀잔액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검찰이 매년 특수활동비(특활비) 예산 잔액을 이듬해에 돌려 사용해 국가재정법을 어긴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타파 등 5개 언론사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검찰청의 2018~2020년 특활비 집행 증빙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전체의 87.3%에 이르는 55개 검찰청에서 이 같은 초법적 예산 집행이 이뤄졌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전 총장 시절 검찰이 법과 국회의 통제권 밖에서 특활비를 제멋대로 사용한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국가재정법 제3조에는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그 연도의 세입 또는 수입으로 충당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년도 예산에서 쓰지 못한 돈은 법무부에 반환한 뒤 새해에는 새롭게 배정된 예산을 사용해야 하지만 검찰청은 연초에 ‘특활비 비밀 잔액’을 꺼내 썼다는 것이다. 55개 검찰청이 이런 식으로 사용한 특활비 총액은 2억7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면서 대검은 그동안 특활비 불용액을 0원이라고 보고했다. 대검은 이날 “연말에는 특히 수사활동이 집중되고 연초에도 수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다. 위법적 예산 집행임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그래도 된다’는 식의 태도는 놀랍다.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써온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반성조차 없는 것은 검찰이 얼마나 특권의식에 젖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달 공동취재단은 특활비가 포상금 등 엉뚱한 용도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검찰 특활비 자체지침’에는 ‘기밀유지 필요성이 낮은 경우 원칙적으로 현금이 아닌 카드를 사용하고, 다른 명목으로 집행 가능한 경우 특활비 집행을 지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활비 오남용 사례는 계속 드러나고 있다.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검찰 특활비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편성했다. 게다가 검찰의 특정업무 경비는 올해보다 3.4% 증액했다. 이 역시 사용내역이 뚜렷이 공개되지 않는 ‘제2의 특활비’여서 ‘꼼수증액’이란 비판을 받는다.

특활비 논란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검찰과 법무부는 특활비 사용내역을 엄정하게 공개해야 한다. 기밀 수사·정보활동에 쓴다며 국민세금을 함부로 쓰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 법을 바로세워야 할 검찰이 실정법을 어겨가며 특활비를 쓰고 있는데, 누가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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