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멀어진 공시가 현실화, 정책 일관성·세수 결손 우려한다

국토교통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묶었다. 2년 연속 동결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을 부과하는 기준이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인 현실화율은 공시가격 산정의 핵심이다. 정부안대로면 내년에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69%,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다.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는 6억9000만원으로 공시가격을 책정해 각종 세금 등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수립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도 현실화율은 아파트가 75.6%다. 당초 계획보다 6.6%포인트 낮춘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0년 도입한 로드맵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매년 단계적으로 높여 2035년 9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자체의 필요성과 타당성까지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오진 1차관은 “공시 제도가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실화 계획에 대한 근본적 검토와 종합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가격 제도는 의미가 없다. 빈부 격차와 부동산 시장 불안을 키울 뿐이다.

정부는 국민 부담 경감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현실화율 동결·재검토 사유로 내세우지만, 총선을 앞둔 감세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부동산 시장 폭락 시 매우 드물게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핑계로 투기 억제와 세수 확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을 축소·폐기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올해 1조3000억원이 줄어든 종부세는 이번 현실화율 동결 조치로 내년에도 계속 줄어들 게 명약관화하다. 건전재정을 이유로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저소득층 지원 예산까지 삭감하면서 부유층이 주로 내는 부동산 세금을 깎는 것은 조세 정의에도 어긋난다. 2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4년 국세수입 전망’을 보면, 내년 국세수입은 361조4000억원으로 정부 예산안(367조4000억원)보다 6조원이나 적다.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전임 정부 정책이란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하면, 현 정부에서 마련한 정책도 차기 정부에서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공시가 현실화율 동결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유지·강화돼야 한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이 2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이 2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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