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내정하며 6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해양수산부 장관에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국가보훈부 장관에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오영주 외교부 2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각각 내정됐다. 이날 개각은 경제부처 중심이고, 늦어도 연말까지 5개 안팎의 장관급 추가 인선이 예정돼 있다. 지난주 대통령실 개편·인사에 이어 ‘윤석열 정부 2기’ 체제를 이끌 면면이 구체화하는 셈이다.
이날 개각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장관들을 먼저 교체하는 선거용이다. 추경호(기재부), 원희룡(국토부), 박민식(보훈부), 정황근(농식품부), 이영(중기부), 조승환(해수부) 장관 등이 모두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물러나는 자리엔 관료와 국책연구기관 출신 위주로 발탁됐다. 대통령실은 해당 분야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6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중심 인사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하지만 외교 관료를 중기부 장관에 기용하는 건 어떤 전문성이 있어서인지 의아하다. 전체적으로 ‘돌려막기·코드 인사’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상목 내정자는 ‘윤석열 인수위’ 시절부터 정부 경제정책을 설계한 경제라인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이 최 내정자를 경제수석에서 경제부총리로 이동시킨 것은 경제정책 방향 유지 뜻을 드러낸 걸로 보인다. 고물가 속 깊어진 민생·세수·성장동력 위기에 대응하려면 감세·건전재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기 경제팀’의 쇄신 의지와 해법에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윤 대통령에게 불통·독주를 접고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민심과의 소통을 약속했지만, 이번 개각은 여전히 협소한 윤 대통령의 용인술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대패로 국정 신뢰가 실추됐고, 거부권만 되풀이하는 협치 위기에 처해 있다.
대통령이 달라져야 ‘2기 정부’도 새출발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 국정 기조와 독선적 철학이 그대로라면 아무리 많은 조직과 얼굴을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나. 변죽만 울리는 개각으로는 민심을 달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서 당·정·대 1년6개월과 정책을 겸허히 되돌아보고, 국정 쇄신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