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류지천까지 댐 10개 짓자는 환경부, ‘4대강 시즌2’인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9월 6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기후변화 대비 댐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9월 6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기후변화 대비 댐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국가 주도 댐 건설을 공식화했다. 극한호우에 대응할 치수책이자 물그릇을 키우는 이수책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뭄을 해결하고 수해를 예방하겠다며 수십조원의 혈세를 낭비한 4대강사업의 후유증이 여전한데, 이번엔 ‘4대강 시즌2’를 시작할 모양이다. 부적절하다.

환경부는 7일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에서 내년 10개의 신규 댐 건설 또는 리모델링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 선언을 5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환경부는 또 기존 지방하천 일부를 국가하천에 포함시켜 중앙정부가 정비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는 퇴적토 준설도 다시 본격화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화학물질 규제 완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비롯해 부처의 본분을 잊은 채 개발주의에 동조해온 환경부가 또다시 환경을 등졌다. 2020년 국토교통부와 분점했던 물관리일원화를 할당받더니, 이제 보니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 됐다.

댐 건설은 큰 갈등을 수반한다. 강 흐름이 끊어지며 생태계가 교란되고, 부영양화로 인해 ‘녹조라떼’ 같은 수질오염이 발생한다. 주민들은 잦은 안개로 인한 농업소득 감소와 호흡기 질환 피해를 호소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댐 신규 건설을 굳힌 징후는 이미 뚜렷했다. 지난 8월 감사원은 2031년부터 전국 생활·농업·공업용수가 6억여t 부족해질 것이라며 운을 띄웠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 포항의 냉천이 범람한 이유가 상류댐이 없어서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과거처럼 물을 대규모 구조물 안에 가두는 치수책으로는 21세기형 집중호우를 버텨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차라리 물에 길을 제대로 내어주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지역갈등도 문제다. 일례로 지리산 덕산댐이 건설되면 낙동강 오염이 심한 부산 지역은 새 식수원을 얻지만,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 주민들은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댐 건설을 가급적 서두르겠다고 한다. 여러 당사자들의 삶과 생태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민주적인 의견 수렴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정부 들어 잇따라 발생한 치수 실패가 댐이 없어서라는 잘못된 진단부터 되짚어보길 바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 악몽을 반복하는 데 지출하기엔 지금 정부 재정도 쪼들리는 게 냉정한 현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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