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경쟁 흔드는 재벌 내부거래, 1년 새 40조나 늘었다니

삼성·SK·현대자동차 등 총수가 있는 10대 대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이 1년 새 40조원이나 불어났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82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503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내부거래 현황을 살핀 결과,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집단의 내부거래(196조4000억원)가 전체의 71.4%를 차지하고, 1년 전보다 40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내부거래는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끼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행위로, 자칫 공정경쟁을 해치고 사익편취 통로가 되기 쉽다. 물론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이 크다는 것 자체로 부당 내부거래 소지가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총수 일가와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 내부거래 관련 수의계약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은 일감 몰아주기성 거래로 ‘부의 대물림’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대기업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부당 내부거래 주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않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도 미래에셋, 삼성웰스토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서 법인은 고발됐지만, 총수는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발되지 않았다. 부당 내부거래의 최종 수혜자가 총수 및 그 일가인 경우가 많지만 직접 관여 사실을 입증하기는 극히 어렵다.

공정위의 현행 고발지침은 부당거래를 시행한 임직원만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을 뿐, 지시·관여한 총수 일가엔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자’라는 모호한 기준만 적용하고 있다. 기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총수에 대한 규제가 이토록 허술하다는 것이 놀랍다. 공정위가 지난달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있는 기업을 고발할 때 기업 총수와 가족 등도 함께 고발하도록 지침 개정에 나섰으나 재계가 총수 고발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자 한발 물러선 상태다.

그러나 공정위의 ‘총수 고발지침 개정’은 명분이 충분하다. 대법원은 지난 3월 태광그룹 총수 일가의 소유 회사가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강매한 사건과 관련해 ‘총수 관여’ 행위를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하는 법리를 제시했다. 사법부 역시 사익편취를 지시·관여한 총수 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부당거래의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고발지침을 서둘러 개정하기 바란다.

홍형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2022년 내부거래 현황 분석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형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2022년 내부거래 현황 분석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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